전체 글21 죽음조차 연체된 우주의 프롤레타리아: <미키 17>이 쏜 자본주의 비판(봉준호 각색, 계급 풍자, 할리우드 SF)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세븐틴'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에드워드 애쉬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되, 감독 특유의 계급 비판과 냉소적 유머를 극대화한 이 영화는 1억 5천만 달러가 투입된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입니다. 하지만 그 겉모습과 달리, 속은 철저히 한국적 각본의 맛이 살아있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로튼 토마토 88%, 메타스코어 75점을 기록하며 평단의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대중적 기대치와의 충돌 가능성도 함께 예고되고 있습니다.봉준호식 각색: 원작을 넘어선 독자적 세계관'미키 세븐틴'은 원작 '미키 세븐'에서 상당한 각색이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라는 소모품 인격체의 개념입니다. 원작에서는 복제 인간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았지만, 영화에.. 2026. 2. 11. 문턱을 넘지 못한 소파, 스스로 집이 된 여자: <만약에 우리>가 그린 이별의 인문학(가난과 이별, 소파 상징, 성장의 의미) 2024년 비 내린 호치민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정원과 은호가 재회하며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끝난 사랑을 되돌아보며 그 시간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태풍 캐슬린으로 인해 운항이 취소되고 같은 호텔 방을 쓰게 된 두 사람은, 흑백으로 물든 현재와 색으로 가득했던 과거를 오가며 자신들의 사랑이 남긴 의미를 돌아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별의 슬픔을 넘어, 가난이라는 현실과 꿈, 그리고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가난과 이별: 현실이 사랑을 갉아먹는 과정2008년 여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정원과 은호는 산사태로 막힌 길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시작합니다. 보육원에서 자란 정원에게 은호의 아버지가 건네는 '밥 먹고 가라'는 말과 낙지탕탕이는 평생 찾아 헤맨 집 그 자체였습.. 2026. 2. 11. 안개 낀 수상 시장에서 찾은 소수자의 얼굴: <주토피아 2>의 우아한 확장(파트너십, 세계관 확장, 기술력) 디즈니가 8년 만에 내놓은 주토피아 2는 많은 팬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서 개봉했습니다. 1편이 보여준 완성도 높은 동물 의인화 세계관과 날카로운 사회 비평을 과연 속편도 유지할 수 있을지, 혹은 상업적 계산에 치우쳐 본질을 잃지는 않았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주토피아 2는 초반 20분 만에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며 전작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는 데 성공했습니다.닉과 주디의 파트너십, 로맨스 대신 신뢰를 선택하다주토피아 2가 가장 현명하게 선택한 지점은 바로 닉과 주디의 관계 설정입니다. 당연하게도 1의 엔딩처럼 닉과 주디는 커플로써 2에서 스토리가 이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우려했던 억지 로맨스 전개 대신, 영화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경찰 파트너로서의 단.. 2026. 2. 11. 시저라는 이름의 성경, 혹은 왜곡된 유산: 누가 지식의 주인이 되는가(성장 서사, 문명 계승, 상승과 하강) 영화 흑성탈출 시리즈가 7년 만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시저 3부작의 약 300년 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한 속편을 넘어 독립적인 서사를 구축하며, 블록버스터 장르에서 보기 드문 철학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노아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상승과 하강의 시각적 문법, 호명의 철학, 그리고 문명 계승이라는 주제를 통해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성장 영화로서의 서사 구조와 통과 의례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전형적인 성장 영화의 골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노아는 영화 초반 '결속 의식'이라는 통과 의례를 통해 어른으로 인정받으려 합니다. 독수리 부족의 전통에 따라 높은 산 꼭대기의 둥지에서 새 알을 가져와야 하는 이 의식은 노아에게 첫 번째 시련이 됩니다. 그러나 이 .. 2026. 2. 10. 아무개가 된 고명, 이름을 잃어버린 시대의 '더블 하이킹'(실화기반 블랙코미디, 이항대립 구조, 아무개와 고명) 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요도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정치 블랙코미디입니다. 단순한 실화 재구성을 넘어, 권력의 그림자 같은 존재 '아무개'와 출세를 갈망하는 관제사 '고명'이 서로의 위치를 역전하며 실존적 붕괴를 경험하는 과정을 치밀한 미장센과 구조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김포공항을 평양으로 위장하는 황당한 실화 디테일을 블랙코미디라는 그릇에 담아, 정치적 무능과 시대적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풍자합니다.실화기반 블랙코미디의 정치적 풍자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일본 적군파 테러리스트들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평양으로 향했던 요도호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극 중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디테일이 실제 사건과 일치합니다. 흑인 병사를 보고 의심하는 장면, 이중 주차된 노스웨스트 항공기, 중학.. 2026. 2. 10. 사운드와 속도가 빚어낸 아드레날린: 팝콘이 튀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엔진음 F1 더 무비 (현장감, 촬영기법, 캐릭터구조)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탑건: 매버릭'의 성공 공식을 레이싱 트랙으로 옮겨온 'F1 더 무비'는 여름 블록버스터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브래드 피트와 제리 브룩하이머, 한스 짐머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떤 영화가 나올지 예상할 수 있는 이 영화는 관객이 기대하는 시원하고 호쾌한 재미를 정확히 배달합니다. 대중이 원하는 완벽하게 설계된 기획 영화이자, 각본의 신선함보다는 실제 F1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가 전하는 압도적인 현장감과 사운드로 승부하는 체험형 영화의 정석입니다.탑건을 넘어선 레이싱 현장감'F1 더 무비'가 보여주는 가장 큰 강점은 단연 현장감입니다. 현실에서 평생에 한번 느껴볼까 말까 한 소재의 영화이기에 더욱 이 현장감이란 것은 관객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갑니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탑.. 2026. 2. 1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