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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조차 연체된 우주의 프롤레타리아: <미키 17>이 쏜 자본주의 비판(봉준호 각색, 계급 풍자, 할리우드 SF)

by woozoo100 2026. 2. 11.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세븐틴'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에드워드 애쉬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되, 감독 특유의 계급 비판과 냉소적 유머를 극대화한 이 영화는 1억 5천만 달러가 투입된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입니다. 하지만 그 겉모습과 달리, 속은 철저히 한국적 각본의 맛이 살아있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로튼 토마토 88%, 메타스코어 75점을 기록하며 평단의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대중적 기대치와의 충돌 가능성도 함께 예고되고 있습니다.

영화 미키17 대표 포스터

봉준호식 각색: 원작을 넘어선 독자적 세계관

'미키 세븐틴'은 원작 '미키 세븐'에서 상당한 각색이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라는 소모품 인격체의 개념입니다. 원작에서는 복제 인간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았지만, 영화에서는 아예 인격을 소거해 버렸습니다. 미키는 죽을 때마다 새로운 복제 버전으로 프린트되며 백업된 기억을 이식받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습니다.

프린트 과정 자체가 엉성합니다. 케이블이 발에 걸리고, 프린트될 신체가 놓일 선반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그냥 떨어져 버리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는 미키의 죽음을 무례하게 경시하는 시스템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승무원들과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무지렁이처럼 행동하며, 미키가 죽었다 돌아오면 "죽는 건 어떤 기분이냐"라고 무신경하게 묻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각색은 케네스 마샬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원작에서 종교적 이유로 익스펜더블을 혐오하던 예로니모 마샬과 달리, 영화의 케네스 마샬은 전 국회의원 출신의 멍청한 독재자로 재탄생했습니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우월한 인간"과 "순백의 행성"이라는 공허한 수사를 남발하지만, 정작 우월함의 기준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기초 과학조차 모르는 인물입니다.

구분 원작 '미키 세븐' 영화 '미키 세븐틴'
익스펜더블 개념 인격체로 인정받는 소모품 인격 자체가 소거된 소모품
사령관 캐릭터 예로니모 마샬 (종교적 혐오) 케네스 마샬 (멍청한 독재자)
주요 테마 복제 인간의 정체성과 실존 노동 계급 착취와 독재 전복
결말 방향 크리퍼와의 협상 (폭탄 활용) 독재자 폭사 및 공존

마샬은 칼로리를 아끼라며 성행위 전면 금지법을 공포하고, 가임기 여성이 죽었다며 호들갑을 떨며, "우성 인자로서 인류 번성에 기여하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토니 콜레이가 연기한 그의 배우자 일파 역시 체제 선전에 동원되는 장식품이자 허영심으로 가득 찬 인물로, 둘이 함께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는 모습은 풍자의 완벽한 표본입니다. 이런 각색을 통해 봉준호 감독은 SF라는 외피를 빌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즉 부조리한 계급 사회와 아둔한 독재자를 전복시키는 냉소적 풍자극을 완성했습니다.

계급 풍자: 우주에서 착취당하는 노동 계급의 초상

'미키 세븐틴'의 핵심은 반자본주의, 반권위주의적 정서입니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지구를 떠나 행성 니프림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서, 미키는 가장 밑바닥 계층인 익스펜더블로 살아갑니다. 사채업자 다리우스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했던 그는, 죽기 싫어서 무한 죽음을 선택한 아이러니한 존재입니다. 남이 자기 몸을 스캔하고 기억을 보관하며 무한대로 복제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에 서명했지만, 서류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말입니다.

시각적으로도 계급 구조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캐서린 조지가 디자인한 의상은 오로지 노동 복장처럼 단색이고, 피오나 크롬비가 만든 우주선 세트는 영락없는 탄광입니다. 행성 아래의 갱도 같은 풍경 속에서 미키는 바이러스 샘플 실험을 위해, 크레바스를 건너기 위해, 온갖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며 죽어나갑니다. 15분 만에 죽고, 또 죽고, 계속 죽습니다. 그럼에도 행성의 공기를 마실 수 없는 다른 인간들은 미키의 희생에 무관심합니다.

미키에게 고통은 일상화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영원히 죽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로 희석되었고, 그는 심드렁하고 무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크리퍼에게 잡아먹힐 위기에서 그는 "적어도 씹지 말고 통째로 삼켜달라"라고 바랍니다. 고통만큼은 끔찍하다는 것, 그리고 설령 복제되더라도 죽어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간 본연의 감각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크리퍼가 자신을 먹지 않자 미키가 "난 여전히 좋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자신은 살아간다기보다 그냥 존재할 뿐이며 다음 순번으로 치환되면 끝이라는 체념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허술한 세계관은 의도적입니다. 나무 블록을 눈 감고 쌓듯 만들어진 이 시스템은 우스꽝스럽지만 무너뜨리기 쉽습니다. 저 독재자는 사실 대단하지도, 유능하지도 않은데 그 자리에 있다는 대전제를 깔아 두고, 공통의 함의만 있다면 즐거운 나락 파티를 벌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영국인 할리우드 배우가 알듯 모를듯한 표정으로 연기하는 미키의 복합성, 그리고 다리우스 콘제비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런 계급 풍자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할리우드 SF의 외피, 한국적 각본의 알맹이

'미키 세븐틴'은 1억 5천만 달러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SF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철저히 한국 영화의 각본입니다. 아카디 3.0, 옥시조포 같은 새로 추가된 설정과 고유명사들, 그리고 악취미로 보일 만큼 봉준호의 맛이 배어 있는 대사들은 할리우드 외피를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감독의 독자적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옥자' 더하기 '설국열차'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들 중의 대표작입니다. 테마와 크리처, 세계관 측면에서 이 두 작품의 DNA가 분명히 느껴지지만, 단순한 동어반복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전 작품들에 비해 밀도와 깊이가 더해진, 봉준호 특유의 맛이 한층 농축된 작품입니다.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나샤와 카이, 두 명의 여성 캐릭터를 미키 주변에 배치해 가장 정상적이면서도 욕망적이고 행동에 거리낌 없는 인물들로 설정한 것도 특징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베를린 프리미어 이후 업계 내부에서 평가가 갈렸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기대를 배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SF적이고 서사적인 잠재력, 복제된 존재의 정체성과 죽음에 대한 성찰, 실존적 고민보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내던져진 소모품 같은 노동자가 작은 계급 사회를 전복시키고 금기된 방법으로 멍청한 독재자를 폭사시키는 과정에 더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들이 풍자를 위해 다소 피상적으로 빚어졌다는 지적도 가능합니다. 무엇이 와도 결국 계층 비판으로 수렴되는 느낌, 그리고 이런 접근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이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스토리와 메시지가 대중적인 블록버스터의 기대치와 충돌하고 있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후 위험을 기피하며 속편만 찍어대는 할리우드에서, 이런 독창적 시도는 흥미롭지만 동시에 위험합니다. 만약 흥행에 실패한다면, 할리우드는 이런 시도를 더욱 꺼리게 될 것입니다.

평가 지표 점수/비율 특징
로튼 토마토 88% (40개 리뷰) 평단 우호적 평가
메타스코어 75점 (19개 비평) 긍정적 평가 우세
IMDb 7.4점 관객 점수 양호
제작비 1억 5천만 달러 대규모 투자 작품

현실 정치와의 기시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반트럼프 정서가 강한 할리우드에서, 멍청한 독재자를 폭사시키는 이 영화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연히 탄환이 스친 것 같은 장면들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현실 정치고, 엔터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해석하고 즐기면 됩니다. 너무 깊게 파고들면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결국 '미키 세븐틴'은 아름다운 계시로 마무리되는 영화입니다. 미키 세븐틴과 미키 에이틴이라는 멀티플(복제자 복수 공존)이 협력하여 독재자를 전복시키고, 토착 생명체 크리퍼와 평화로운 공존에 이르는 과정은 봉준호식 풍자와 냉소가 담긴 희극적 승리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자주 선택해 온 접근과 깨알 같은 디테일들은 분명 재미있지만, 이것이 모든 관객의 취향에 부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할리우드라는 거대 시스템 안에서 감독의 독자적 목소리를 관철시킨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MVSz3-J2cJ8&t=38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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