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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처럼 번지는 상실의 감각: 당신의 심장 깊은 곳에 빠뜨린 '헤어질 결심'(안개와 색채, 관찰과 사랑, 미결의 영원성)

by woozoo100 2026. 2. 9.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사랑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멜로 영화입니다.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박해일과 탕웨이라는 두 배우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말로 표현되지 않는 애틋함을 그려냅니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관계 속에서 싹트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 미결 사건처럼 영원히 봉인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과연 두 사람은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까요?

영화 헤어질 결심 대표 포스터

안개와 색채로 표현된 알 수 없는 마음

'헤어질 결심'에서 안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브입니다. 특히 후반부 배경인 이포 지역은 매일 아침 짙은 안개로 뒤덮이는 곳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안개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랑의 초입 단계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합니다. 해준이 서래를 사랑하면서도 그녀가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심리 상태가 바로 안개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로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를 언급했습니다. 50년 전 히트곡인 이 노래는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흐르며 이미 끝난 사랑을 회상하는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에서는 정훈희와 송창식의 듀엣 버전으로 새롭게 녹음된 '안개'가 흐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완결되지 못한 채 안갯속에 영원히 남겨졌음을 암시합니다. 노래가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감각으로 영화를 가득 채우는 방식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색채 모티브 역시 안개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서래가 입는 청록색 드레스는 빛의 조건에 따라 파란색으로도, 녹색으로도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드레스를 목격한 인물들은 각자 다른 색을 주장합니다. 어떤 이는 파란색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녹색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서래라는 인물의 양면성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일 수도 있고, 절절한 사랑을 하는 여인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며, 해준은 끝까지 그녀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시각적 모티브 상징적 의미 극중 역할
안개 알 수 없는 상대의 마음 사랑의 불확실성 표현
청록색 드레스 진실의 양면성 서래의 이중적 정체성
붉은색 의상 폭력과 죽음 범죄 장면에서 착용
녹색 소품들 진실과 위안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

붉은색 계열의 옷은 주로 서래가 범죄와 연루된 장면에서 입습니다. 남편을 산에서 밀어 떨어뜨릴 때나, 용의자로 조사받을 때 붉은 톤의 의상이 등장합니다. 반면 녹색은 진실과 연결됩니다. 옥상 바닥의 녹색 페인트, 죽음을 부르는 청록색 펜탄 약, 서래가 노인들에게 읽어주는 편지를 적는 녹색 노트,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녹색 버킷까지. 이 모든 녹색 이미지들은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색채는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며, 관객은 이 시각적 단서들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관찰과 사랑, 잠복이 곧 데이트가 되는 역설

'헤어질 결심'의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형사 장르의 관습을 멜로 영화의 문법으로 전환시킨 데 있습니다. 해준은 서래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녀의 아파트를 감시합니다. 차 안에서, 근처 아파트 옥상에서 밤낮으로 그녀를 관찰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범죄 증거를 찾기 위한 잠복이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향한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입니다. 해준은 서래가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으로 때우는 모습, 담배를 피우며 혼자 우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 관찰의 시간은 그녀를 이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서래 역시 자신을 감시하는 해준의 존재를 압박이 아닌 안전함으로 받아들입니다. 남편을 잃고 혼자 남은 그녀에게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위안이 됩니다. 두 사람은 직접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지만, 이 긴 관찰의 시간을 통해 서로의 결핍을 파악합니다. 해준은 서래에게 음식을 제공합니다. 그녀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레시피를 찾아가며 중국식 볶음밥을 만들어 대접합니다. 서래는 이를 먹으며 "중국식이에요?"라고 놀라면서도 "맛은 좋네요"라고 답합니다. 반대로 서래는 해준에게 잠을 선사합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를 위해 숨을 맞추는 방식으로 그를 편안하게 만들고 깊은 잠에 빠지게 합니다. 이 장면은 육체적 관계없이도 두 사람의 친밀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묘사됩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사랑이 깊어진다는 표현을 하는 법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영화 전체에서 두 사람이 뜨겁게 얽히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숨결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일상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사랑이 표현됩니다. 이는 박찬욱 감독이 TV 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에서 보여준 임무와 사랑의 이중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킨 결과물입니다. 관찰을 통한 사랑의 심화는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알게 만듭니다. 음식과 잠이라는 생존의 기본 요소를 채워주는 행위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사랑의 표현입니다. 해준과 서래는 말없이 서로를 돌보며, 그 과정에서 사랑은 자연스럽게 깊어집니다. 이런 서사 구조는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고백 없이도 사랑을 증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탁월한 연출입니다.

미결의 영원성, 끝나지 않는 사랑의 완성

영화의 1부는 해준이 서래의 결정적 증거가 담긴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네며 "바다 깊은 곳에 버려"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형사로서 해서는 안 될 증거 인멸을 돕는 이 행위는 사랑의 증거이자, 동시에 두 사람 관계의 종언을 의미합니다. 해준은 자신의 직업적 자부심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 사실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 관계를 끝냅니다. 사건은 해결되었고, 남편은 자살로 결론 났으며, 두 사람의 사랑도 거기서 멈춥니다. 그러나 2부에서 13개월 후 이포로 발령받은 해준 앞에 서래가 다시 나타납니다. 그녀는 재혼을 했고, 그 남편 임호신이 또다시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해준은 다시 그녀를 의심하며 묻습니다. "대체 왜 이포에 왔는가?" 이 질문은 표면적으로는 범죄 의도를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의미는 "너는 나 때문에 여기 온 거지?"입니다. 해결된 사건이 다시 미결로 돌아가는 순간입니다. 영화의 후반부, 서래는 두 번째 남편의 휴대폰을 바다에 던집니다. 그 안에는 해준에게 치명적인 증거가 담겨 있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증거를 없앱니다. 그리고 첫 번째 휴대폰, 즉 자신의 범죄 증거가 담긴 그 휴대폰을 해준에게 돌려주며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말합니다. 해결된 사건을 미결로 되돌리는 이 행위는 사랑을 영원 속에 봉인하려는 그녀의 마지막 선택입니다.

휴대폰 담긴 증거 행위 의미
첫 번째 휴대폰 서래의 범죄 증거 해준이 건네며 버리라고 함 해준의 사랑 고백
두 번째 휴대폰 해준의 증거 인멸 증거 서래가 바다에 던짐 서래의 사랑 증명

해준은 서래에게 "당신 때문에 나는 붕괴되었다"라고 말하며 휴대폰을 건넸습니다. 이 말을 서래는 사랑 고백으로 받아들입니다. 직업윤리와 자부심을 포기하면서까지 증거 인멸을 돕는 행위는, 형사인 그에게 있어 가장 극단적인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서래는 나중에 해준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자 나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해준은 이 말의 의미를 마지막에야 깨닫습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서래는 모래톱에 녹색 양동이로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밀물이 차오르면 그녀의 흔적은 영원히 사라집니다. 해준은 바다를 향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영화는 끝납니다. 서래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고, 사건은 영원히 미결로 남을 것입니다. 미결이 되는 것만이 그들의 사랑을 영원 속에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바다에 던져야 할 두 개의 휴대폰 대신, 서래는 자신을 바다에 던졌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해결되지 않은 채, 끝없이 계속되는 미결 사건으로 영원 속에 봉인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멜로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결말입니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입니다.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것은, 오히려 헤어질 수 없다는 고백에 가깝습니다. 서래는 해준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와 헤어지기 위해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다시 그를 찾아왔고,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남기 위해 미결 사건이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해준은 이제 그녀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평생 잠 못 이루며 그녀를 생각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서래가 원했던 사랑의 완성입니다. 이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이렇게 평했습니다. "수사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실체는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과 상실을 다룬 매혹적인 멜로극이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붕괴되었다'는 표현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안개 자욱한 바다에서 스스로 영원한 미제가 됨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는 서사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 말처럼 '헤어질 결심'은 사랑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한 영화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안개, 색채, 관찰, 미결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사랑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우아하게 그려냈습니다. 칸 영화제 감독상은 단순한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이 영화가 지닌 내적 완성도에 대한 정당한 인정이었습니다.

 

 

---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VQ-8UY6ZD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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