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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자리를 대신한 프로파간다, <바비>가 놓친 진짜 휴머니즘(페미니즘 메시지, 성별 갈등, 엔딩 해석)

by woozoo100 2026. 2. 18.

2023년 개봉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는 화려한 핑크빛 비주얼과 스타 캐스팅으로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인형 바비의 세계를 그린 판타지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페미니즘 메시지와 성별 갈등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이념적 프로파간다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영화 바비 대표 포스터

페미니즘 메시지와 계몽주의적 접근의 한계

영화 '바비'는 초반부터 여성 중심의 바비랜드와 현실 세계의 대비를 통해 성별 역할에 대한 풍자를 시도합니다. 바비랜드에서는 대통령도 여자, 의사도 여자, 판사도 여자이며, 켄은 바비가 바라봐 줄 때에만 존재 가치가 있는 주변부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는 현실 세계의 성별 권력 구조를 뒤집은 설정으로, 초반에는 블랙 코미디적 감성으로 충분히 수용 가능한 장치였습니다. 문제는 영화 중반 이후 소녀의 어머니가 등장해 여성이 받는 억압에 대한 일장 연설을 펼치는 지점부터 발생합니다. "여성은 직장인과 어머니로서 동시에 존재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식의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은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하려는 태도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연설을 듣고 세뇌에서 깨어난 작가 바비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각본을 쓰는 꿈을 꿨다"며 악몽이었다고 말하는 장면 역시 가벼운 농담으로 처리하기엔 페미니즘적 분위기 속에서 불편함을 줍니다. 더 큰 문제는 바비들이 켄들을 상대로 펼치는 전략입니다. 맨스플레인을 유발해 켄들의 관심을 끈 사이 세뇌된 바비를 구출하고, 여성적 특성을 활용해 켄들을 질투하게 만들어 분열시킨 뒤, 여성들끼리만 모여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이 올바른 해결책처럼 그려집니다. 이는 앞서 쌓아왔던 블랙 코미디의 빌드업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프로파간다로 전락시키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굳이 선택했어야 하나 싶은 과한 해결방법을 선택하여서 몰입이 많이 깨지는 부분입니다.

영화 전개 단계 서사적 특징 관객 반응
초반부 (바비랜드) 풍자적 블랙 코미디 수용 가능한 설정
중반부 (일장 연설) 직접적 메시지 전달 계몽주의적 불편함
후반부 (켄 분열) 갈라치기식 해결 프로파간다적 거부감

성공적인 페미니즘 영화로 평가받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나 '원더우먼'과 비교하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이들 영화는 차별을 다루면서도 남성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않고, 나쁜 사람과 선한 사람이라는 구분법을 통해 남성과의 연대를 강조합니다. 반면 '바비'는 남성을 무능력한 바보나 찌질한 존재로 그리며, 결말의 구제 역시 동등한 존재로서의 존중이 아닌 선심을 쓰는 시혜적 태도에 가깝습니다.

성별 갈등의 소비 방식과 사회적 파장

영화는 휴머니즘적 엔딩으로 마무리하려 했지만, 실제 대중이 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냥 켄"이라는 대사는 켄이 바비 옆의 켄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난다는 긍정적 의미였지만, SNS에서는 "그냥 바비"라는 표현으로 변형되어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트위터에서 1만 리트윗을 넘긴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유머러스한 내용보다 성별 대립을 주장하는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네이버 영화 공감순 평가와 왓챠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위 댓글이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며, 그 내용 역시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영화가 의도했던 메시지와 실제 수용 방식 사이의 괴리가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마주한 '콘텐츠의 정치화' 문제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탕수육 찍먹과 부먹으로 싸우고, 갤럭시와 아이폰으로 진영을 나누며, 깻잎 논쟁으로 상대를 평가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보잘것없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어떤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소속감을 이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됩니다. 영화 '바비' 역시 이런 갈라치기 문화에 편승하거나 오히려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제 인형 바비의 역사는 영화보다 훨씬 포용적이었습니다. 1980년대에 이미 흑인과 히스패닉 바비가 출시되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체형의 바비, 휠체어 탄 바비, 다운증후군 바비 등이 선보였습니다. 가라데 도복 바비 같은 비전형적 옵션들도 꾸준히 출시되어 왔죠. 시장 논리상 주류가 되지는 못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포용의 역사를 쌓아온 것입니다. 영화는 이런 실제 역사와 관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갈라치기식 내용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엔딩 해석과 서사적 완결성 문제

영화의 결말은 마고 로비가 연기한 바비가 인간이 되기로 결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이힐 대신 평발의 버켄스탁을 신고 부인과 선생님과의 면담을 신청하는 이 엔딩은 여러 해석을 낳았습니다. 단순히 직업 면접일 수도 있고, 인간이 되어 아기를 가졌다는 암시일 수도 있으며, 인공 질 투수술을 받으러 간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후자의 해석은 생물학적 여성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여성으로 규정하는 소수자들까지 포용하려는 PC적 배려로 읽힙니다. 문제는 이 엔딩이 영화가 주로 다뤄온 성별 갈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고 바비가 겪었던 실존적 위기는 죽음에 대한 생각, 셀룰라이트, 평발 등 인간적 불완전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바비의 발명가 루스 핸들러가 등장해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라고 속삭이는 장면은 감성적이지만, 앞서 전개된 성별 갈등 서사와는 결이 다릅니다. 마치 별책 부록이나 외전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죠. 주인공의 이야기이니 메인 플롯이어야 하는데 서브플롯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가 그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바비랜드와 현실 세계의 성별 권력 구조 비교, 켄들의 가부장제 학습과 바비랜드 장악, 바비들의 역전 작전에 할애했기 때문에 정작 마고 바비의 내면적 성장은 충분히 그려지지 못했습니다.

플롯 유형 다뤄진 내용 러닝타임 비중
메인 플롯 (설정상) 바비의 실존적 위기와 성장 낮음
실제 메인 플롯 바비랜드 vs 현실 성별 구조 높음
서브 플롯 켄의 정체성 찾기 중간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켄은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뒤 바비에게 위로를 받지만, 반복적으로 "그래도 널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거부를 당합니다. 결국 "나는 바비 옆에 켄이 아니라 그냥 켄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지만, 이 순간조차 켄은 훌쩍이며 바비에게 플러팅 하는 눈치 없고 찌질한 남자로 그려집니다. 휴머니즘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남성에 대한 시혜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휴머니즘 엔딩은 페미니즘 이야기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식으로 마무리한 면피성 선택으로 보입니다. 바비만의 관점이나 서사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고,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각본의 퀄리티가 그레타 거윅의 전작 '레이디버드'에 비해 명백히 떨어진다는 평가로 이어집니다. 영화 '바비'는 화려한 비주얼과 스타 캐스팅, B급 코미디 감성 등 충분히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시무 리우의 켄 캐릭터, 무시받는 켄보다 더 하층인 앨런의 설정, 4차원의 벽을 뚫는 재치 있는 내레이션 등은 모두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관객을 계몽시켜야 한다는 욕심이 예술적 줄타기를 방해했고, 결국 누군가에게는 믿고 거르는 페미 영화로 전락했습니다. 진지한 비평조차 "한남 부들부들"이라는 조롱거리가 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영화의 메시지가 아무리 휴머니즘을 표방해도, 실제 소비 방식은 갈등과 분열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바비'는 현대 콘텐츠가 마주한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C8xKNubqe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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