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은 연상호 감독 특유의 서늘한 시선으로 인간 내면의 추악한 본성을 파고드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시각 장애인 전각 장인과 그의 아들이 40년 만에 발견된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며, '보는 것'과 '믿는 것' 사이의 괴리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박정민 배우의 1인 2역 연기와 함께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잔인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묵직하게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박정민 연기로 완성된 과거와 현재의 비극
영화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각 장인이자 시각 장애인인 아버지와 그의 아들 김동환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50년간의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아버지는 평생 아내 정영희가 자신과 어린 아들을 버리고 도망갔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경찰서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이 모든 믿음을 뒤흔듭니다. 산속에서 발견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바로 동환의 어머니 정영희였고, 사망 시기는 무려 40년 전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시신 상태로 봤을 때 타살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이라 수사조차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박정민 배우는 이 작품에서 현재의 아들 김동환과 과거의 아버지 역할을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연기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 아버지가 아내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그 아들이 40년 만에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과 분노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일 끝내고 집에 왔을 때 방에는 어린 아들만 남아있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로서는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평생 외톨이였다고 믿었던 아내에게 갑자기 나타난 이모들은 조문이 아닌 유산 사수를 목적으로 찾아왔고, 그들은 영희에 대해 "못생겨서 사진 찍는 걸 싫어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완벽하게 넘나드는 박정민 배우의 연기는 단순히 두 시간대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비극의 고리를 처연하게 완성합니다. 일반인과 시각 장애인이라는 상반된 신체 조건을 가진 인물을 동시에 구현하며, '보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는 아내의 얼굴을 평생 보지 못했지만, 정작 눈이 멀쩡한 사람들은 그녀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아이러니가 박정민의 연기를 통해 더욱 강렬하게 전달됩니다.
연상호 감독이 그려낸 인간 본성의 추악함
연상호 감독은 초기 오리지널 작품부터 일관되게 인간 내면의 추악한 본성을 파고드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영화 '얼굴'은 그러한 감독의 시선이 가장 날카롭게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40년 전 청풍 피복 공장에서 일하던 정영희의 마지막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PD와 동환은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영희가 "못생겼다"라고 말하며 그녀의 외모를 흉보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 속에는 진실이 아닌 편견과 악의만이 가득했습니다. 영화는 당시 경제 호황기였던 한국 사회의 모습을 톱니바퀴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공장으로 상징합니다. 그 수많은 부품들 중 한 명이었던 정영희는 착하고 순수한 성품으로 묵묵히 일만 하던 여성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비극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바로 다른 사람의 고통에 연대하려 했던 정의로움 때문이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던 어린 진숙이 사장 백주상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영희는, 평생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본 적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에게 달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합니다.
| 인물 | 특징 | 역할 |
|---|---|---|
| 정영희 | 착하고 순수한 피복 공장 노동자 | 타인의 고통에 연대하다 희생 |
| 백주상 | 겉으로는 천사, 실제로는 악마 | 양의 탈을 쓴 가해자 |
| 김동환 | 전각 장인의 아들 | 40년 만에 어머니의 진실 추적 |
| 김수계(진숙) | 피해자이자 증언자 | 영희의 희생을 기억하는 인물 |
연상호 감독은 백주상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세상에는 언제나 양의 탈을 쓴 사탕 같은 악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돈도 안 떼어먹고 가끔 용돈도 주던 사장은 사람들 사이에서 천사라고 불렸지만, 그 이면에는 약자를 착취하는 지독한 악의가 숨어있었습니다. 영희는 자기 일도 아닌데 미련하게 멈추지 않았고, 무언가를 급히 써 내려간 뒤 사장의 악행을 폭로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사장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정작 영희는 그 대가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선의와 정의가 오히려 희생을 강요받는 부조리한 현실을 서늘하게 그려냅니다.
미스터리 반전이 던지는 본질적 질문들
영화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정영희가 정확히 어떻게, 왜 죽음을 맞이했는가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 법적으로는 더 이상 추궁할 수 없는 상황에서, PD와 동환은 당시 공장 사장이었던 백주상을 찾아갑니다.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풍겨오는 지독한 악취는 그의 음성과 필적한 악의를 상징합니다. 백주상은 정영희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 못생긴 년"이라며 외모를 흉보기 시작하고, "주제도 모르고 설치던 못생긴 년"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비록 늙어 힘은 없을지언정 그의 사악한 기운은 여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백주상이 던지는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뒤흔듭니다. "그놈이 안 잡혔어." 이는 백주상 본인이 범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정영희를 죽였다는 뜻일 수도 있고, 혹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관객에게 판단을 맡깁니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우리 사회가 '못생겼다'는 평가 속에 가려진 진실을 얼마나 쉽게 외면하는가, 그리고 타인의 겉모습에 투영하는 선입견이 얼마나 비겁하고 잔인한 폭력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보는 것'과 '믿는 것' 사이의 괴리를 시각 장애인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설정을 통해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평생 아내의 얼굴을 보지 못한 아버지는 그녀가 도망갔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정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당한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눈이 멀쩡한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만 보고 "못생겼다"며 폄하했지만, 정작 그녀의 진짜 모습인 용기와 정의로움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모들은 사진 한 장 없다며 "영이는 얼굴이 못생겨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영희를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영화는 이처럼 외모라는 표면에 가려진 본질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와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영화 '얼굴'은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넘어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서늘한 연출과 박정민 배우의 처연한 1인 2역 연기가 만나 믿음과 의심, 아름다움과 추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걸작을 완성했습니다. '못생겼다'는 평가 속에 가려졌던 정의로움과 희생을 발견하며, 우리는 선입견이 얼마나 비겁한 폭력인지 반성하게 됩니다.
---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HSm7fvMHe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