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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잘 자라는 우리들의 이름: <미나리>가 증명한 생존의 언어(국적 논란, 아카데미 전망, 이민사)

by woozoo100 2026. 2. 12.

영화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더욱 주목받은 이 작품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한국 이민사와 정체성,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의 생존 투쟁을 담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분석을 토대로 미나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합니다.

영화 미나리 대표 포스터

미나리의 국적 논란과 정체성

미나리는 한국 영화일까요, 미국 영화일까요? 이 질문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 논란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나리는 미국 영화입니다. 영화의 국적을 판단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제작사의 국적입니다.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플랜B가 제작했고, A24가 배급했습니다.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 모두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러나 골든글로브는 영화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닐 경우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넣는다는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거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영어 사용 비율이 50%가 안 됨에도 작품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은 이를 인종차별적 처사로 비판했습니다. 백인이 나오면 미국 영화이고, 아시아계가 나오면 외국 영화라는 이중 잣대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국적 판단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경우를 보면, 기생충은 한국 영화이지만 옥자는 미국 영화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설국열차는 한국어가 거의 나오지 않지만 한국 제작사가 주도했기 때문에 한국 영화로 분류됩니다. 이처럼 현대 영화에서 국적은 단순히 감독이나 배우의 출신이 아니라 제작 주체와 투자 구조로 결정됩니다.

영화 제목 감독 주요 제작사 국적 분류
미나리 정이삭 플랜B (미국) 미국 영화
기생충 봉준호 바른손 (한국) 한국 영화
옥자 봉준호 넷플릭스 (미국) 미국 영화
설국열차 봉준호 무비콜라주 등 (한국) 한국 영화

70년대 한국인들의 주요 이민 기술이었던 병아리 감별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암컷만을 선택하고 수컷을 폐기하는 냉혹한 과정은, 이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능력'을 증명해야만 하는 제이콥의 강박과 남성적 콤플렉스를 은유적으로 투영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상징을 통해 이민자의 생존 투쟁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아카데미 수상 전망과 연기의 탁월함

아카데미 시상식을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는 골든글로브가 아니라 각 조합상입니다. 배우 조합, 프로듀서 조합, 감독 조합 등이 아카데미 약 한 달 전에 발표하는 상들은 투표하는 사람이 아카데미와 겹치기 때문에 훨씬 정확한 예측 지표가 됩니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에서 주는 상으로 투표 주체 자체가 다릅니다. 미나리의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예측을 해보면, 가장 확실한 것은 작품상과 여우조연상입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8편에서 10편 정도를 후보로 선정하기 때문에 미나리는 거의 확실히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여정 배우의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역시 거의 확실합니다. 실제로 윤여정 배우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확률이 높은 것은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입니다.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후보 가능성과 정이삭 감독의 감독상 후보 가능성은 50대 50 정도로 예측됩니다. 각본상도 가능성이 있으며, 의외로 한예리가 부른 'Rain Song'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쇼트리스트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연기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지만, 미나리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납니다. 윤여정 배우는 할머니답지 않은 할머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화투를 치며 7살 아이에게 "일찍 배워야지 빨리 나머지 놈들을 이겨 먹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캐릭터의 입체성을 보여줍니다. 스티븐 연의 연기도 탁월합니다. 버닝에 비해 한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으며, 장남 콤플렉스와 답정너 같은 성격을 미묘하게 표현합니다. 한예리 배우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할머니를 처음 만나 트레일러 집에서 울먹이는 장면은 탁월합니다. 영화에서 두 번 우는 장면마다 왼손으로 눈을 가리는 특정 제스처를 사용하는데, 이는 남편에게 지는 것 같아서, 혹은 기가 막혀서 세상을 가리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디테일이 연기의 깊이를 더합니다. 미국에서 윤여정 배우의 인지도가 전혀 없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병아리 감별사와 한국 이민사의 연결고리

미나리의 배경이 되는 아칸소주는 미국에서도 벽지 중의 벽지입니다. 별칭이 '더 내추럴 스테이트(The Natural State)'일 정도로 시골스러운 곳입니다. 텍사스 동북쪽, 루이지애나 바로 위에 위치하며 애팔래치아 산맥 남쪽 끝부분과 겹쳐 있습니다. 이 지역을 '오자크'라고 부르는데, 오자크에 사는 사람들을 '힐빌리'라고 지칭합니다. 시골뜨기의 대명사 같은 표현입니다. 현재 아칸소의 한국 교민은 약 4,000명에 불과합니다. 전체 미국 교민이 180만~19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아칸소라는 발음도 흥미롭습니다. 스펠링은 캔자스 앞에 'AR'을 붙인 형태이지만 '아칸사스'가 아닌 '아칸소'로 발음합니다. 이는 프랑스어 발음 때문입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루이지애나 땅을 미국에 팔면서 이 지역이 미국 영토가 되었는데,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이 지명에 남아 있습니다. 루이지애나라는 이름 자체도 루이 14세에서 왔습니다. 병아리 감별사는 한국 이민사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병아리 감별이 중요한 이유는 닭을 키울 때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암컷은 계란을 낳고, 같은 사료를 먹어도 암컷이 더 빨리 자랍니다. 따라서 수컷은 경제성이 떨어져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분쇄기로 폐기됩니다. 연간 약 70억 마리의 수평아리가 이렇게 죽습니다. 병아리 감별은 병아리의 항문을 손으로 열어 생식 돌기를 미세하게 만지거나 눈으로 봐서 판단하는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 몇 초 안에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한국에서 이 기술이 각광받았고, 미국 이민을 위한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울에는 '한미 병아리 감별 학원' 같은 곳이 많았습니다. 이름 자체에 '한미'가 들어간 것은 미국 이민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병아리 감별사의 60%가 한국 사람입니다. 손이 가늘고, 집중력이 좋고, 시력이 좋고, 끈기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이런 특성에 특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분쇄기로 수평아리를 죽이는 것을 금지했고, 계란 단계에서 성별을 판별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병아리 감별사는 여전히 고수익 직업이며, 이민자에게 적합한 기술입니다.

시기 주요 이민 형태 특징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 최초의 미국 이민, 기독교인 비율 높음
1950년대 결혼/입양 이민 한국전쟁 이후 미군과의 결혼, 전쟁 고아 입양
1965년 이후 기술 이민 본격화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아시아계 이민 100배 증가
1970~1987년 병아리 감별사 등 기술직 연간 3만 명 이상 이민, 이민 열풍 절정기

미나리는 과거의 상처와 이민지의 고통 속에서도 결국은 뿌리를 내리는 가족의 생명력을 뜻하며, 보이지 않는 하늘의 구원보다 땅에서 자라나는 구체적인 생명이 더 위대함을 시사합니다. 극 중 제이콥이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수평아리들이 분쇄기로 들어가는 곳에서 나옵니다. 능력 없는 존재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은유하는 것입니다.

제이콥과 모니카, 한국에 대한 엇갈린 시선

영화는 제이콥과 모니카의 과거를 직접 설명하지 않지만 단서들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모니카는 1940년대 후반 출생으로 추정되며,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서울에서 살았고, 시골 출신인 제이콥이 서울로 상경해서 만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초반 연애했고,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1971년 히트곡)를 눈에서 꿀물 뚝뚝 떨어뜨리며 불렀다는 할머니의 증언이 있습니다. 1972~1973년 결혼한 후 바로 이민 가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앤이 태어나는 것을 봤다고 했으므로 앤은 1975년쯤 태어났을 것입니다. 앤이 태어난 직후 1975~1976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에서 둘째인 데이빗을 낳았습니다. 데이빗은 1978년생으로 설정되어 있고, 영화의 시점은 데이빗이 7살인 1984~1985년입니다.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뉴스는 레이건 대통령 시대입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 원인 중 하나는 돈 문제입니다.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로 능력이 뛰어나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동생들을 부양하는 데 썼습니다. 장남으로서 책임감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심장병이 있는 아들 데이빗에게 적절한 치료를 못 해줬습니다. 모니카 입장에서는 이것이 큰 한으로 남았고, 제이콥 입장에서는 장남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계속 충돌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는 정반대입니다. 제이콥은 로맨티스트이자 이상주의자로, 남자의 책임과 능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 특히 한국 교민들에게 질려 있습니다. 텍사스 대도시와의 계약이 깨졌을 때 "한국 사람 정말 믿을 수가 없다"라고 화를 냅니다. 이민 생활 중 한국 교회에서 큰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모니카는 리얼리스트이자 현실주의자로, 한국을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여깁니다. 데이빗에게 "꿈에서 천국을 본 한국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국은 소망의 장소입니다. 그래서 엄마인 할머니가 한국에서 오는 것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제이콥이 마지못해 교회에 데려갔지만, 백인 교회였기 때문에 모니카는 딱 한 번 가고 다시 가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교회가 아니라 한국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미국 이민은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인천 지역 감리교회가 이민을 적극 독려했기 때문에 초기 이민자 중 기독교인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것이 미국 한인 사회에서 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배경입니다. 1905년 일본이 한국인 이민을 금지했다가, 한국전쟁 이후 결혼 이민과 입양 이민이 시작되었습니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아시아계 이민이 100배 이상 증가하면서 1970년대에 이민 열풍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1987~1988년까지 연간 3만 명 이상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미나리는 한 가족의 이민사를 넘어 한국 현대사와 보편적 인간 투쟁을 담고 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상은 이 영화가 단순한 이민자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생명력에 대한 보편적 서사임을 증명했습니다. 정이삭 감독은 개인의 기억 80여 가지를 모아 드라마로 재구성했지만, 그 안에는 1970년대 한국 이민사 전체가 녹아 있습니다.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 아칸소라는 낯선 땅, 한국 교회를 향한 그리움과 상처, 그리고 미나리처럼 어디서든 뿌리내리는 생명력. 이 모든 것이 미나리를 단순한 영화를 넘어 역사적 증언으로 만듭니다.

 

 

--- [출처]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 미나리 이게 궁금해요 10가지: https://www.youtube.com/watch?v=38GjvT3Ax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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