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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가 된 고명, 이름을 잃어버린 시대의 '더블 하이킹'(실화기반 블랙코미디, 이항대립 구조, 아무개와 고명)

by woozoo100 2026. 2. 10.

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요도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정치 블랙코미디입니다. 단순한 실화 재구성을 넘어, 권력의 그림자 같은 존재 '아무개'와 출세를 갈망하는 관제사 '고명'이 서로의 위치를 역전하며 실존적 붕괴를 경험하는 과정을 치밀한 미장센과 구조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김포공항을 평양으로 위장하는 황당한 실화 디테일을 블랙코미디라는 그릇에 담아, 정치적 무능과 시대적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영화 굿 뉴스 대표 포스터

실화기반 블랙코미디의 정치적 풍자

영화 '굿뉴스'는 1970년대 일본 적군파 테러리스트들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평양으로 향했던 요도호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극 중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디테일이 실제 사건과 일치합니다. 흑인 병사를 보고 의심하는 장면, 이중 주차된 노스웨스트 항공기, 중학교 사회과부도를 찢어 넘겨준 일까지 모두 실화입니다.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이 열광했던 만화 '내일의 조'(한국명 '도전자 허리케인')도 실제로 그들이 자신들과 동일시했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이러한 실화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차갑고 지적인' 블랙코미디로 승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애덤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나 '바이스'처럼, 정치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센스 있는 개그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류승범이 연기한 중앙정보부장이 회의 중 갑자기 일어나 1분 넘게 로우 앵글 롱테이크로 포착되며 연설하는 장면은, 제작진이 배우의 재능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너스레를 떨다가 갑자기 책상을 내리치는 그의 연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합니다. 김포공항을 평양으로 위장하는 '더블 하이재킹' 작전은 영화의 백미입니다. 고명이 제안한 이 대담한 계획은 엑스트라를 동원해 공항 전체를 북한처럼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본 테러리스트들은 흑인 병사와 노스웨스트 항공기를 발견하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고명은 즉흥적으로 "저 흑인은 소련에서 온 사람"이라고 거짓말하며 위기를 넘깁니다. 이러한 임기응변 능력은 그를 '거짓말 선수', '양치기 소년'으로 만드는 핵심 특성입니다. 이러한 센스 있는 장면들은 관객의 머릿속에 영화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실화 요소 영화 속 묘사 의미
흑인 병사 목격 김포공항 위장 작전 중 노출 고명의 임기응변 능력 강조
노스웨스트 항공기 이중주차된 민간 항공기 관료들의 무능함 풍자
내일의 조 테러리스트들이 자신과 동일시 혁명의 허상과 낭만주의 비판

일본 배우들의 활용도 탁월합니다. 한국 영화에서 일본 배우들은 종종 한국 배우로 대체되거나 비중 있는 역할을 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굿뉴스'는 일본 배우들을 메인 파트에 배치하고, 그들의 양식화된 연기 스타일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했습니다. 테러리스트 그룹의 과장된 연기는 블랙코미디의 톤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한국 배우들과 함께 회의 장면에서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집니다.

이항대립 구조로 설계된 영화적 완성도

영화 '굿뉴스'의 가장 뛰어난 성취는 구조적 완성도에 있습니다. 많은 블랙코미디가 초중반의 재치에 비해 후반부가 산발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영화는 철저한 이항대립 구조로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하게 설계되었습니다. 달의 앞면과 뒷면, 굿뉴스와 배드뉴스, 진실과 거짓, 하이재킹과 더블 하이재킹, 심지어 기장의 일만 시간 비행 경력과 치질까지 모든 요소가 이항대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이러한 구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제시합니다. 달을 비추던 카메라가 하강하며 스튜디오 조명임을 드러내고, 홍경과 설경구가 대화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유리창에 반사된 모습만 보이다가,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실제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는 원테이크 쇼트입니다. 이는 '달의 뒷면을 먼저 보여주고 앞면을 보여주는' 시각적 구현이며, 동시에 서로 무관해 보이는 두 인물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트루먼 쉐이드(Truman Shade)의 인용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입니다. "때로 진실은 달의 뒷면에 있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이 명언의 핵심은 두 번째 문장에 있습니다. 많은 영화가 '숨겨진 진실'을 다루지만, '굿뉴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겉으로 드러난 것도 거짓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트루먼 쉐이드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아무개가 만들어낸 가짜 인용입니다. 그의 이름 자체가 'True man(진실한 사람)'과 'Shade(그림자)'의 조합으로, 그림자 같은 익명의 존재를 상징합니다. 5개의 챕터 구성 역시 정교합니다. 1장 '하이재킹', 2장 '더블 하이재킹', 4장 '배드뉴스', 5장 '굿뉴스'는 모두 이항대립을 이루지만, 3장 '모래성'만 홀로 남습니다. 이는 수많은 이항대립의 결말이 결국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헛소동'임을 상징합니다. 모든 사건이 없었던 일이 되고, 기록에서 지워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헤드폰을 끼고 있던 인물이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는 연출 기법도 영화 속에 녹아 있습니다. 기내에서 안경을 끼고 이어폰을 꽂고 자던 승객이 깨어나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난장판이 펼쳐지는 장면은, 관객의 시선을 통제하며 긴장감을 조율하는 탁월한 연출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다양한 영화적 레퍼런스를 차용하면서도, 독창적인 한국형 블랙코미디로 완성되었습니다.

아무개와 고명, 달의 양면처럼 통합되는 두 인물

아무개(설경구)와 고명(홍경)은 영화의 핵심 인물이자,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입니다. 아무개는 이름조차 없는 익명의 존재로, 중앙정보부를 위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지만 결코 드러나지 않는 '권력의 개'입니다. 그의 유일한 콤플렉스는 "내가 중앙정보부장의 개 노릇을 하고 있구나"라는 자괴감이며, 공항에서 배회하는 개를 보며 자신을 투영하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설경구의 연기는 '나비처럼 나풀나풀 내려앉을 듯 말 듯' 스며드는 그림자 같은 존재를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고명은 이름 자체가 '이름을 높이 날리다'는 뜻입니다. 전쟁에서 다리를 잃고 대통령 시계 하나만 받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출세를 갈망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이 국가적 영웅이 되는 상상을 반복하며, 카퍼레이드를 받는 환상에 젖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명'은 요리에서 '재료가 아닌 보조 재료'를 뜻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해도 결국 주변자에 불과하다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홍경은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플래시백을 가진 인물로,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두 인물의 결정적 순간은 비행기 내부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목격한 뒤입니다. 고명은 폭탄과 칼로 서로를 찌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도, 출세를 위해 "저들은 절대 자폭할 애들이 아니다"라고 거짓말합니다. 이 순간 그는 국가를 위한 거짓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한 거짓을 선택하며 윤리적으로 붕괴됩니다. 영화에서 가장 어둡게 촬영된 이 장면은, 고명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인물 이름의 의미 핵심 욕망 최종 결말
아무개 익명, 트루먼 쉐이드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최고명이라는 이름 획득
고명 이름을 높이다, 보조 재료 국가적 영웅 되기 아버지처럼 대통령 시계만 받음

영화의 마지막, 두 인물의 위치는 완전히 역전됩니다. 아무개는 주민등록증을 만들며 '최고명'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익명의 존재가 '최고로 이름 높은 사람'이 된 것입니다. 반대로 고명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지만, 아버지처럼 대통령 시계 하나만 받으며 익명의 존재로 전락합니다. K(Korea 또는 김포)가 지워진 바닥에서 두 번 넘어지는 장면은, 그가 국가라는 허상 속에서 상처받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결국 고명은 아무개가 되고, 아무개는 고명이 되며, 두 인물은 달의 앞면과 뒷면처럼 하나로 통합됩니다. 인용구의 반복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고명이 먼저 벤자민 프랭클린을 인용하며 상대를 깔보고, 아무개는 윈스턴 처칠로 응수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무개가 트루먼 쉐이드를 인용하자, 고명은 "당연히 알죠"라고 거짓말합니다. 하지만 트루먼 쉐이드는 아무개가 만들어낸 가짜 인물이며, 결국 고명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말에 가치가 있다'는 자신의 허위의식을 스스로 드러냅니다. 영화는 이처럼 섬세한 대사와 구조로, 두 인물의 운명적 교차를 완성합니다. 영화 '굿뉴스'는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차갑고 지적인 블랙코미디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허구를 통해 더 깊은 진실을 말하며, 이항대립 구조를 통해 인물의 실존적 붕괴와 통합을 치밀하게 그려냅니다. 아무개와 고명이라는 두 인물은 결국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하나로 통합되고, 마지막에 이름과 위치가 뒤바뀌는 구조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강력한 주제 의식입니다. 굿뉴스와 배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나의 관점'이며,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YqnTqLZP8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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