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일본 규슈는 북쪽보다 온화한 날씨 덕분에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온천이 기다리고, 도시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녹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겨울에 특히 추천하는 후쿠오카–유후인–벳푸 루트를 중심으로, 짧지만 알찬 3박 4일 규슈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겨울의 따뜻한 공기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1. 후쿠오카 — 맛과 쇼핑의 도시에서 시작하는 여행
규슈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후쿠오카(Fukuoka)입니다. 활기찬 도시지만, 북적거림보다는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죠. 겨울철 후쿠오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야타이(노점 포장마차) 거리입니다. 텐진과 나카스 지역의 거리에는 밤이 되면 따뜻한 국물 냄새가 가득 퍼져요. 라멘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건 하카타 라멘! 진한 돈코츠 국물에 얇은 면이 어우러져 한입 먹는 순간 몸이 녹는 기분이에요. 쇼핑을 좋아한다면 캐널시티 하카타를 추천합니다. 겨울 시즌엔 일루미네이션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분수 쇼도 볼 수 있어요. 도시 한복판이지만 곳곳에 카페와 작은 신사가 어우러져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좋아요. 여행 첫날은 후쿠오카에서 맛과 여유를 즐기며, 본격적인 온천 여행을 준비해 보세요.
2. 유후인 — 산속의 온천마을, 겨울의 고요함
후쿠오카에서 JR 유후인노모리 열차를 타면 약 2시간 반 만에 도착하는 곳, 바로 유후인(Yufuin)입니다. 유후인은 아기자기한 온천마을로, 겨울이 되면 눈 덮인 산맥 사이로 고요한 김이 피어오르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가장 유명한 명소는 긴린코 호수예요. 이른 아침에 가면 호수 위로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몽환적인 장면이 연출됩니다. 햇살이 비치면 수면 위가 황금빛으로 반짝여 이름 그대로 ‘금빛 호수’가 되죠. 호수 주변에는 수공예품 가게, 디저트 카페, 전통 찻집이 줄지어 있어서 천천히 산책하기에도 딱 좋아요. 유후인에서는 료칸(일본식 전통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보세요. 노천탕에서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몸을 담그는 순간, 겨울의 피로가 사르르 녹습니다. 저녁에는 료칸의 정식 요리 ‘가이세키’를 즐기며, 규슈의 제철 재료로 만든 따뜻한 한 끼를 맛볼 수 있습니다.
3. 벳푸 — 증기로 가득한 온천의 도시
유후인에서 버스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벳푸(Beppu)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도시입니다. 도시 곳곳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라, 멀리서 보면 마치 도시 전체가 김에 덮여 있는 듯해요.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벳푸 지옥온천 순례(지옥메구리)입니다. ‘혈지옥’, ‘바다지옥’, ‘흰못지옥’ 등 각각의 온천이 다른 색과 온도를 가지고 있어, 이름 그대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바다지옥’의 푸른빛 물결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져요. 온천욕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벳푸 칸나와 지역의 ‘유노하나’ 노천탕을 추천합니다. 몸을 담그면 온기가 천천히 퍼지고, 추위가 금세 사라집니다. 또한 벳푸의 별미인 지옥찜 요리(지옥무시) 도 꼭 맛보세요. 지열로 찐 채소, 계란, 해산물은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밤에는 온천 거리의 불빛을 따라 산책하며,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기 좋습니다.
결론
규슈의 겨울은 차갑지만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후쿠오카의 활기, 유후인의 고요함, 벳푸의 따뜻한 증기 — 이 세 곳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져 있죠. 이번 겨울엔 북쪽의 눈 대신, 온천과 미식이 함께하는 남쪽의 규슈로 떠나보세요. 따뜻한 국물 한 모금, 김이 피어오르는 노천탕, 그리고 친구들과의 웃음이 어우러진 여행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