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멀티버스라는 SF적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가족 간의 단절과 현대인의 허무주의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정서적 드라마가 숨어 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은 이 영화가 단순한 맥시멀리스트 스펙터클이 아니라, 깊은 구심력을 가진 인간 드라마임을 증명합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에블린이 수많은 우주를 넘나들며 마주한 진실은 무엇일까요? 거대한 베이글로 상징되는 허무와, 인형 눈알로 대표되는 사소한 다정함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베이글과 인형 눈알: 허무와 다정함의 시각적 대비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각적 모티브는 바로 '베이글'과 '인형 눈알'입니다. 베이글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형태로,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허무를 상징합니다. 조부 투파키라는 악당으로 변한 딸 조이는 모든 우주를 경험하고 모든 가능성을 실현한 끝에 거대한 베이글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소멸시키려 합니다. 이는 현대인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맞닿아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절망이 바로 베이글의 본질입니다.
영화는 이 베이글의 이미지를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시킵니다. 국세청 직원 디어들이 노래방 기기 영수증을 반려하며 그리는 둥근 원,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둥근 거울, 그리고 조부 투파키가 만든 거대한 베이글까지. 이 모든 원형 이미지는 에블린의 삶을 부정하고 그녀의 행복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의 냉혹함을 은유합니다. 특히 노래방 기기 영수증이 반려되는 장면은 사회적 기준에 의해 개인의 행복과 가치가 부정당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반면 인형 눈알은 남편 웨이먼드가 세탁물에 장난스럽게 붙이는 사소한 오브제입니다. 이는 보잘것없고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삶을 버티게 만드는 다정함의 총체입니다. 영화 속에서 42번 세탁물에 붙어 있는 인형 눈알은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우주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숫자 42를 인용한 것입니다. 웨이먼드는 그 세탁물이 "여기 있는 것이 더 행복해 보여서" 2층에 놓았다고 말합니다. 거대한 우주의 비밀이 사실은 이렇게 사소하고 장난스러운 다정함 속에 있다는 역설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영화 속 쿠키 역시 중요한 상징입니다. 가운데 땅콩이 박힌 쿠키는 베이글과 인형 눈알의 중간 형태로, 갈등 관계에 있던 국세청 직원과 에블린 가족 사이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거대한 허무를 이기는 힘은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엉뚱하고 사소한 장난 같은 사랑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따뜻한 통찰입니다. 최근에 본 쿠키 영상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영상이었습니다.
| 상징 | 의미 | 영화 속 역할 |
|---|---|---|
| 베이글 | 허무, 소멸, 통계적 필연성 | 조부 투파키의 자기파괴 욕망 |
| 인형 눈알 | 다정함, 사소한 행복, 특수성 | 웨이먼드의 낙천적 실존주의 |
| 쿠키 | 화해, 인간적 연결 |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매개 |
다정함의 힘: 웨이먼드의 낙천적 실존주의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남편 웨이먼드를 통해 전달됩니다. 수많은 멀티버스 중에서 에블린을 만나지 않고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최선의 웨이먼드'와, 모든 것이 한계에 봉착해 울음 직전에 놓인 '최악의 웨이먼드'가 교차 편집으로 등장합니다. 흥미롭게도 최선의 웨이먼드는 최악의 웨이먼드가 가진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합니다. 이는 성공과 실패라는 사회적 기준이 실제 행복과는 무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웨이먼드는 "나는 왜 사람들이 싸우는지 모르겠다"라고 고백하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굴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는 조부 투파키로 대표되는 딸의 허무주의와 대조를 이룹니다. 딸은 자신의 문제가 바깥(부모, 사회)에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원망합니다. 반면 웨이먼드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내면에서 해답을 찾으려 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에블린이 적들과 싸우는 방식은 웨이먼드의 철학을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그녀는 무서운 무기를 든 적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대신, 그들이 실현하지 못한 소망을 이루어주는 방식으로 '싸웁니다'. 서로 좋아하지만 표현하지 못한 남녀를 키스하게 만들어 결혼에 이르게 하고,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자에게는 아내가 쓰던 향수를 선물합니다. 이는 폭력이 아닌 다정함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액션 장면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를 "세상에 대해 다정하게 고백하는 그녀의 태도"라고 표현합니다. 모든 경험을 한 끝에 에블린이 도달한 결론은 조부 투파키의 절망이 아니라, 웨이먼드의 낙천적 실존주의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의 다정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은 현대인에게 강력한 위로를 전합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보단 현재에 집중하여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야겠다 생각이 들게끔 하는 영화이다.
최악의 가능성: 실패한 에블린이 우주를 구하는 이유
영화의 가장 역설적인 설정은 수많은 멀티버스 중 '가장 실패한 에블린'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알파버스에는 능력이 출중하고 성공한 '최선의 에블린'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선의 에블린은 딸 조이를 최고의 악당 조부 투파키로 만들어버렸고, 현재는 죽고 없습니다. 최선의 위치에 있었지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반면 지금 우주의 에블린은 모든 꿈이 좌절되고, 세탁소 경영도 제대로 안 되며, 가족과의 관계도 최악입니다. 국세청에서는 그녀의 영수증을 반려하고, 손님들은 항의하며, 남편은 이혼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파버스의 웨이먼드는 바로 이 에블린을 찾아옵니다. "당신은 가장 틀린 적이 없고, 가장 능력이 없고, 가장 해본 게 없는 에블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는 놀라운 역설입니다. 모든 것을 성취하고 모든 가능성을 실현한 존재에게는 더 이상 남은 가능성이 없습니다. 통계적으로 가장 필연적인 사건인 죽음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에블린은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실패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위로는 현재의 고통 속에 있는 관객들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영화는 이를 점프버스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시각화합니다. 다른 우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는 통계적으로 개연성이 가장 없는 행동, 즉 가장 특수하고 고유한 행동을 의미합니다. 거대한 필연성에 맞서는 힘은 사소하고 특수한 개별성에서 나옵니다. 이는 베이글과 인형 눈알의 대비와 정확히 일치하는 영화의 핵심 구조입니다.
| 구분 | 최선의 에블린 | 최악의 에블린 |
|---|---|---|
| 현재 상태 | 죽음 (모든 가능성 소진) | 생존 (무한한 잠재성) |
| 딸과의 관계 | 조부 투파키 (악당) 창조 | 회복 가능성 존재 |
| 삶의 의미 | 성취했지만 허무 | 실패했지만 희망적 |
이동진 평론가가 강조한 것처럼, 이 영화는 맥시멀리스트의 원심력과 미니멀리스트의 구심력을 동시에 가진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영화는 세 차례의 인생 정산을 통해 에블린이 자신의 영수증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노래방 기기 영수증이 반려된 것처럼, 그녀의 행복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끝에서 그녀는 깨닫습니다. 인정받지 못한 그 행복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영화에서 베이글이 상징하는 의미는 정확히 무엇인가요?
A. 베이글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형태로, 모든 것을 경험한 끝에 도달하게 되는 허무와 소멸을 상징합니다. 조부 투파키가 만든 거대한 베이글은 통계적 필연성인 죽음을 의미하며, 현대인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은유합니다.
Q. 왜 가장 실패한 에블린이 주인공이 되었나요?
A. 모든 가능성을 실현한 존재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지만, 모든 것을 실패한 에블린은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당신은 모든 것을 실패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역설적 위로를 전합니다.
Q.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에블린이 적들과 싸우는 방식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에블린은 적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대신, 그들이 실현하지 못한 소망을 이루어주는 방식으로 '싸웁니다'. 이는 폭력이 아닌 다정함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액션 장면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SgyAIy0iF40